2024년 5월 17일, 연방 영주권을 신청했다. SINP 신청하는 거랑 비슷했다. 옛날에는 일일히 서류를 출력해서 작성했다는 것 같은데 그동안 디지털화가 많이 된 건지, 툴이라고 해야 될까, 그런 게 잘 되어 있어서 수월하게 올렸다. 조언해주는 사람도 있었고.
나는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2년 전부터 준비하던 시절에 썼던 글들을 다시 읽어보니까 놀라울 정도로 예상 타임라인 안에 있었다.
우여곡절이 없었다고 하면 와이프가 어이없어 하겠지만 그래도 예상 타임라인 안에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다. 계획한 대로 척척 흘러왔다는 뜻이다. 타주에서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점수 허들 따라가다가 결국 놓쳐버리고 주이동 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 톡방에서 그런 사람들을 보면 참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냥 처음부터 SK주에 갔으면 좋았을텐데.
와이프를 SK주로 보낸 다음부턴 누가 SK주는 최악이네 하고 떠드는 걸 보면 그렇게 기분이 안 좋을 수가 없었다. 지옥이 달리 지옥이 아니다. 우리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다행히도 지난 1년 동안 SK주는 우리에게 그렇게 지옥은 아니었다. 처음 맞는 캐나다의 겨울도 역대급으로 따뜻했고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다. 와이프 스스로에게도 문제해결능력을 기르고 매사에 자신감을 갖는 기회가 되었다.
영주권 준비한다고 처음에 이렇게 공부했던 글도 발견했다. 아예 홈페이지를 번역하려고 시도한 것도 있다. LMIA, OWP, CWP, PGWP, EE, PNP, CEC, CRS... 모르는 단어는 다 찾아가며 공부했고 그동안 본 캐나다 유튜브도 한 트럭이다. 처음엔 사소한 것 하나하나 다 알아보려고 무척 노력하다가 하나의 스트림으로 목표가 좁아지니까 가지를 쳐냈던 것 같다.
돌이켜보니 잘 해내온 것 같다. 잘했어, 나. 잘했어, 와이프. 이 글을 보려나 모르겠군.
이제는 다소 기술적인 이야기.
보통 주정부이민이라고 이야기하는 PNP는 사실 '이민'이란 말이 들어가면 안 된다. 굳이 번역하자면 주정부 '선발' 정도 되겠다. 노미니 후 연방정부에 또 신청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정부 단계에선 주마다 프로세싱 타임에 차이가 있지만 연방정부 단계에 들어가면 그때부턴 기본적으론 동일하다. 단 영주권 서류를 어느 지역 사무실(PVO/SVO)에서 처리하느냐에 따라 평균 처리속도가 달라지긴 한다.
제일 악명높은 곳이 이토비코 오피스. 그 외에는 비슷비슷하다가 가끔 몰리면 느려지고 또 갑자기 확 빨라지고 하는 식의 차이는 있는 것 같다. 이토비코 오피스에서 빨리 처리됐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연방 접수를 한 날짜가 AR(Arrival Date).
해당 접수건에 대한 트랙 넘버가 부여되는 게 AOR(Acknowledgment of Receipt).
그 다음은 바이오 요청과 신체검사(메디컬) 요청.
두 가지가 패스되면 Background Check와 Decision Made가 이루어지고 PAL(Pre Arrival Letter)이 나온다.
그 다음이 Portal 1, Portal 2, 그리고 eCopr 순이다.
* Background Check는 보통 빨리 끝나지만 심층검사(comprehensive)에 걸릴 경우 아~주 오래 걸린다고 한다. 2년째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고.
* PAL은 SINP 노미니 때도 받은 건데 캐나다 밖에 있는 사람들이 캐나다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서비스를 안내해주는 내용들이 담겨있는 단순한 안내서다.
* Portal 1은 포탈 어카운트를 만들기 위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름, UCI, 키, 눈색, 이메일, 최초 입국일, 최후 입국일, 최후 입국장소, 캐나다 내에 있는지, 아니라면 언제 들어오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 Portal 2는 영주권 카드에 사용될 증명사진과 카드를 받을 주소를 업데이트하고, 캐나다 내에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 eCopr을 받으면 캐나다 내에 있는 사람은 영주권 카드를 받으면 되고, 캐나다 밖에 있는 사람은 Copr을 들고 eTa 없이 입국해 공항에서 Copr에 사인을 받는다.
* 영주권 카드의 경우 본인이 직접 안 받고 가족이나 지인이 대신 받아줘도 된다.
요즘 영주권 진행되는 양상을 보아하니 AOR이 나오기까지 딱 3개월 정도 걸리고 있다. 나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기다리는 중... 이것 때문에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힌다. 사실 별로 좋은 일은 아님. 이걸 극복하고 나는 내 할 일에 집중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이제 딱 한 달 정도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