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카이 성채 남서쪽의 한 야영지에 가보면 농민들이 모여 본토의 망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망령에 대한 소문은 어느새 이곳까지 퍼져 "이키의 망령"이라 불리고 있는 듯하다. 진이 다가가 농민들이 나누는 과대포장된 소문에 대해 일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정정하지만 농민들은 웃어넘긴다.
이키의 망령이 싸움을 위해 기부를 받고 있다. 농민들은 그래서 망령의 야영지에 공물을 바치고 있다고 한다. 키다후레 마을 터 북동쪽이다. 진은 누가 자신을 사칭하며 백성들의 식량을 갈취하고 있는지 알아보기로 한다.

망령에게 공물을 바친다는 지역으로 가보면 말끔히 비운 술통과 망원경이 놓여 있다. 진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진 않을까 잠시 기다려보기로 한다. 그런데 저 멀리 보이는 야영지에서 인기척이 난다.
보아하니, 웬 남자가 도적들의 야영지에 접근해 술을 훔치고 화약통을 터뜨려 도적들의 주의를 돌린 뒤 왔던 길로 달아난다. 저게 망령이라면 생각보다 시시한 일이다. 진은 어쨌든 남자를 만나보기로 하고 따라간다. 그가 사라진 길 근처에서 발자국을 조사해 숲 안으로 들어가보자.

이 남자는 망령이 아니라 망령의 부하였다. 그는 해적에게 붙잡힌 채 당장 망령이 진 빚을 갚지 않으면 발가락을 하나씩 자르겠다는 협박을 듣고 있었다. 진이 위압적으로 나서니 해적은 남자에게 경고를 남기곤 떠난다.
진이 망령에 대해 물어볼 것이 있다고 하자 망령의 부하, 후구는 망령과 함께 이키의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싸웠는데 도적단의 공격을 받고 망령이 포로로 붙잡혔다는 것을 털어놓는다. 도적들에게 진 빚을 갚아야 한다고 발을 동동 구르는 그에게 진은 일단 당신 스승부터 구하고 천천히 생각해보자며 그를 진정시킨다.

인근에 있는 도적들의 야영지에 들어가 망령이라는 자를 구출하러 들어가보면 망령의 정체가 다름아닌 켄지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진은 힘이 쪽 빠진 채 어처구니 없어 한다. 켄지는 '존경'의 의미를 담아 망령 행세를 하고 다녔다며, 쓰시마에서 이키 밀수꾼이 본토로 가는 편도행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몰래 배에 탔다가 발각되어 여기서 강제 하차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털어놓는다.
아니나 다를까 켄지는 이곳 사람들을 털어먹으려다가 오히려 된통 당해서 이 섬에서 가장 미움받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망령인 척 소문을 이용해 사람들의 환심을 사 본토로 가는 자금을 마련할 생각이었다고. 진은 자기에게 말도 안 하고 쓰시마를 떠나려고 했던 것에 대해 섭섭함을 토로하지만 당신이 워낙 바쁘셔서 그런 거 아니냐며 켄지는 오히려 억울해 한다.
진은 그냥 가는 척 해보지만 결국 켄지의 넉살에 못 이겨 그를 풀어주고 근처 안전한 야영지까지 데려다주기로 한다.

이제 볼일 끝났으니 떠나겠다는 진을 켄지가 다시 붙잡으면서 여기 자길 그냥 내버려두고 가면 어떡하냐고 울상이다. 진이 당신 부하는 어쩌려는 거냐고 묻자 후구를 만났냐며, 그 아이는 평범한 어부라 자기가 없으면 안 된다고 마침 근처에서 보기로 했으니 후구 찾는 걸 도와주면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진은 또 어쩔 수 없이 켄지를 따라 이동하기로 한다.
가는 길에 두 사람은 왜 이키에 오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켄지는 이키가 안전하다는 이야기만 들었던 모양이다. 하긴 진도 수리 부족이 쓰시마의 해변에서 한 짓을 보지 못했다면 몰랐으리라. 후구는 켄지가 탄 배가 수리 부족에 의해 침몰했을 때 자길 구해주면서 알게 된 사이다. 진은 그대의 매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게로군, 하며 농담을 던진다.
근처에서 후구와 합류하면 켄지와 후구가 반가운 해후를 나눈 뒤 독사라는 자로부터의 전언이 있다며 알려준다. 독사가 바로 본토로 갈 배를 준비했다는 밀수꾼이다. 켄지는 그 배에 몰래 타려다 잡혔다. 망령은 지난 20년 동안 사무라이에게 잡히지 않은 밀수꾼이 어떤 자인지 궁금해 만나보겠다는 핑계로 켄지를 도와주기로 한다.

시무라 공은 오랫동안 독사를 잡으려고 했다. 그 오랜 세월을 붙잡히지 않고 빠져나갈 만큼 놈은 노련한 녀석이다. 켄지가 그 배에 몰래 탔다가 손모가지를 잘리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 정도. 켄지는 실은 잘릴 뻔했는데 원래 비용의 열 배를 내겠다고 약속하고 타던 말까지 넘기면서 살아나왔다.
켄지는 독사는 우리 같이 강한 남자를 싫어한다고 조언해준다. 진은 그 말을 듣고 스스로를 강한 남자라 자처하는 켄지가 우스운지 너털웃음을 터뜨리지만 켄지는 왜 웃으시냐며 아무튼 너무 세게 나가지 말라고 덧붙인다.
해적의 마을에서 독사와 대면한 두 사람. 새로운 얼굴이 등장한 것을 보고 독사가 경계하자 진은 순순히 자신이 사카이 가문 사람이라는 것을 밝힌다.

독사와 실랑이를 하다보면 결국 대화는 서로 타협점을 찾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마침 몽골군이 독사의 항해도를 훔쳐갔다. 남송과 하카타만 사이의 모든 밀수 경로를 담은 지도다. 본토로 가는 길이 상세하게 나온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이게 몽골군의 손에 떨어지면 본토까지 위험하다. 진은 켄지를 본토로 데려가 준다면 항해도를 찾아주겠다고 약속하고 독사도 그러겠노라 동의한다.

다행히 일이 잘 풀렸다. 이제 항해도를 찾으러 가야 한다. 켄지는 자기는 이제 빠지고 후구랑 진만 가서 물건을 가져오면 어떻겠냐며 슬쩍 제안한다. 진은 그 애는 그냥 어부라고 하지 않았냐며, 망령처럼 행동하고 싶다면 남을 이용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그들을 도울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몽골군의 야영지에 도착하면 켄지는 숨어서 기다리기로 하고 진만 들어가야 한다. 켄지는 끝까지 입만 동동 살았다.

몽골군 상대는 그리 어렵지 않다. 문제의 항해도는 실내가 아니라 바깥에 대충 던져져 있으므로 가서 주워오면 된다.

독사에게 항해도를 가져다주면 과연 약속대로 물건을 가져왔느냐며 켄지를 위한 자리 하나를 남겨준다. 켄지는 지금 당장 출발하는 것 같길래 진과 씁쓸한 작별인사를 다시 나누고 모든 일이 끝나면 좋은 술로 축하하기로 한다. 하지만 별안간 켄지가 후구를 부르더니 그를 자기 자리에 태워 본토로 보낸다.
진은 켄지에게서 의외의 면을 보고 감탄한다. 후구가 켄지를 따라다니는 걸 보면 양친을 잃은 것 같다. 자기는 뛰어난 수완으로 어떻게든 살아남고 있지만 후구는 그러기 어려울 테니 안전한 곳으로 가는 게 낫다는 켄지.

두 사람은 마지막으로 농담따먹기를 하면서 또 술 한 잔 나누기로 약속한다.
시종일관 어둡기 짝이 없는 이키 섬에서 그나마 진의 웃음을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